정밀 공정도 로봇이 담당…생산직은 데이터·품질 엔지니어로 이동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공장의 직무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조립·용접·도장 등 3D(위험·단조·오염) 공정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로봇으로 대체가 가속하면서 생산직 업무는 로봇 운영과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등 고숙련 직무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전략도 ‘사람 중심 공정’에서 ‘AI·로봇 중심 공정 재설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기술 고도화는 변화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대 25㎏의 가반하중, 4~20시간의 작업 지속시간, 손 자유도 11~22단계를 구현하며 사람 수준의 조립·검사 작업까지 수행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UB테크, 피겨 AI, 테슬라 등이 공장 실증을 본격화하면서 적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계는 향후 생산 구조가 로봇 70%, 휴머노이드 20%, 사람 10% 비중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2023년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에서 한국은 1012대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싱가포르(730대), 독일(415대), 일본(397대)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으로 산업 현장에서 로봇 활용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는 기존 로봇이 어려웠던 △전장 조립 △차량 실내 의장 △부품 선택·분류 △품질 검사 등 복합·정밀 공정에서 활용돼 공정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반복 작업은 AI 로봇이 더 빠르고 정밀하다”라며 “사람은 설계·운영·품질 중심의 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사람 중심의 인사(HR)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UPS, 갭, 큐리그닥터페퍼 등 글로벌 기업 최고인사책임자(CHRO)와 함께 ‘로봇·AI 시대 HR 역할’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사족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의 시연이 진행돼 로봇 활용 확대 가능성이 공유됐다. UPS는 AI 기반 콜센터 도우미 사례를 소개하며 AI가 로봇과 결합해 ‘디지털 동료’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이 모였다.
김혜인 현대차 HR본부장 부사장은 “HR은 전통적 역할을 넘어 기술과 조직을 통합 설계하는 기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살라몬 보스턴다이내믹스 CHRO는 “AI·로봇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HR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도입을 기준으로 자동차 공장 직무의 30~40%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생산라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향후 5년 내 AI 자율제조 전환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 경쟁력의 핵심은 ‘임금 절감’이 아니라 ‘기술 전환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AI·로봇 통합 공정을 재설계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로봇 도입은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역할을 바꾸고 고부가가치 직무를 창출하는 기회”라며 “단순 작업자를 첨단 기술을 운용하는 엔지니어로 재교육하는 흐름이 강화되면 제조업 전반에서 일자리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