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정년연장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65세→68세)을 권고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다만, IMF 보고서의 핵심은 연금 수급 개시연령보다 임금체계에 있다. IMF 권고가 ‘패키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연금 수급 개시연령 조정도 어렵다.
정년연장에 관한 IMF의 권고문은 ‘2025년 연례협의 보고서’ 본문과 ‘특별 보고서(Selected Issues Paper)’에 담겼다. 본문은 단기 권고, 특별 보고서는 중장기 권고에 가깝다.
IMF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정년연장을 ‘필수 과제’로 본다. 현재 한국은 정년(60세)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현재 63세, 최종 65세) 간 ‘소득 공백’이 존재해서다. 다만, 정년연장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IMF는 유연근무제와 고령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선, 노동시간 이중구조 해소와 적극적 고용서비스를 주문했다.
보고서 본문에서 연금 관련 내용은 ‘추가 개혁의 필요성’ 정도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올해 3월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과거 3~9% 보험료를 낸 현재 수급자들이 50% 이상 소득대체율을 보장받는 게 주된 이유다.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 이후에도 보험료율(최종 13%)은 적자 없이 소득대체율(43%)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 보험료율(수지균형 보험료율, 21.2%)에 크게 못 미친다. 단, IMF는 단기적으로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강조했다.
특별 보고서는 중장기적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해당 보고서도 은퇴 시기와 연금 수급 시기 간 소득 공백을 좁혀야 한다는 방향성은 같다.
논란이 되는 ‘2035년까지 정년연장(65세)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상향(68세)’ 시나리오는 호봉제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이중구조 해소, 재교육을 통한 생산성 유지라는 정년연장의 전제가 모두 충족됐을 때, 법정 정년은 65세라도 68세까지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을 둔다. 정년연장 시 반드시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모든 전제를 충족한 정년연장이 실현되면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8세로 늦춰도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임금체계 개편이다. 연령이 오를수록 임금도 오르는 구조에선 고령자 친화적 고용환경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IMF가 권고한 정책들이 패키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 이후에도 고령층의 고용 불안이 이어지므로,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은 현실성이 없다. 이 경우, 국민연금은 수급 개시연령 조정이 아닌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추가 재정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정년연장 논의 상황을 고려할 때, IMF 권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양대 노동조합총연맹(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계가 임금체계 유지를 전제로 한 정년연장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이런 방식의 정년연장은 청년 고용 감소,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