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력 확대·복지 지출 강화 초점
성장 전략·세제 개혁 부족 등 비판

블룸버그통신과 BBC에 따르면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무모한 차입도, 긴축으로의 회귀도 없을 것”이라며 키어 스타머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을 공개했다. 그는 또 “이번 예산안은 공정한 과세, 강한 공공서비스, 안정된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으로 2029~2030 회계연도에 연간 증세 규모는 260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OBR은 2029∼2030회계연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이 38.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월 전망치보다 0.8%포인트(p) 높고 사상 최고치다. 다만 작년 유로존 평균치인 41%보다는 낮다.
예산안은 서민 노동자와 부유층 모두로부터 세금을 인상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지출과 에너지 요금 지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내용을 보면 근로자 소득세율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200만 파운드 이상 부동산 보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에 신규 세금을 부과하는 등 수많은 소규모 증세로 재정 공백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동 빈곤 완화·최저임금 4.1% 인상, 유류세 및 철도 요금 동결 등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아동·가족 세제 혜택을 자녀 2명으로 제한한 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리브스 장관이 소득세율 자체를 올리지 않고 수많은 소규모 증세 및 과세 기준 동결을 통해 재정 공백을 메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OBR은 2031년까지 납세자 4명 중 1명은 고율 과세 구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브스 장관은 “국민에게 조금 더 부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허점(루프홀)을 막고 넓은 어깨를 가진 이들에게 더 많이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그 기여를 최소화했다”면서 “부가가치세·소득세·국민보험 세율 인상 금지라는 노동당 총선 공약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OBR은 향후 5년간 영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3월 전망치 대비 0.3%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반겼지만, 장기적으로 영국 경제의 운명을 개선할 것이라는 신호는 거의 없다”면서 “성장 전략이 부재하고 세제 개혁 역시 의미 있는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계는 명확한 성장 계획이 없다는 점에 실망감을 표했다. 영국산업연맹(CBI)의 레인 뉴턴 스미스 회장은 “정부의 성장 목표는 현재 정체돼 있다”면서 “재무장관이 필요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세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 방식은 경제를 중립 기어에 멈춰 세울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