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인생에서 가장 오래 고민…네이버와 함께할 때 확장성 커져"
합병 비율·밸류 산정 외부 검증 거쳐…상장·리더십은 논의단계 아냐

'은둔의 경영자'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과 관련해 "인생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으로 전 세계 디지털자산·핀테크 시장이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지분보다 사업 시너지가 우선"이라며 합병의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 로드맵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해진 의장, 송치형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오경석 두나무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3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했다.
송 회장은 질의응답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결정하지 못했고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했다"라며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많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협력을 선택했다"라고 답했다.
이해진 의장은 합병 배경에 대해 "송 회장과 선후배 사이라 외부에서는 친분이 있다고 봤지만, 제대로 만난 지는 2년밖에 안 됐다"라며 "개인적 친분보다는 사업적 시너지와 세상에서 안 해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전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최종 의결했다. 할인율을 반영한 실질 기업가치 비율은 3.06대 1로 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5조1300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4조9400억 원으로 평가돼 두나무 가치가 약 3배 높게 책정됐다.
오경석 대표는 교환비율 산정 방식에 대해 "발행 주식 수가 달라 1주당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라며 "독립적인 회계법인과 투자은행(IB)의 평가를 토대로 양사가 협의해 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상진 대표는 "두나무 발행 주식은 3400만 주가 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2500만 주 정도로 수량이 다르다"라며 "오랜 기간 독립적인 회계법인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측정했으며, 사후적으로도 두 곳의 IB를 통해 검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파이낸셜 외부 주주인 미래에셋과 협의한 결과 "찬성하고 지지하며 응원하는 의견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오경석 대표도 "주요 주주들과 소통했고 긍정적으로 응원해주는 분위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이해진 의장은 합병 이후 지분 희석 가능성에 대해 “네이버는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지분 감소가 있었다"라며 "지분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자체이며, 회사는 지분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회장의 차기 네이버 리더십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오경석 대표는 탁월한 사업 성과와 기술적 이해력을 갖춘 인물로 네이버 기술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라며 "능력 있는 후배가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같지만, 현 단계에서 차기 리더십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수연 대표는 "합병 법인의 나스닥 상장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라며 "상장을 검토하는 시점이 오더라도 주주 가치 제고라는 본질적 목표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중복 상장 우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번 딜은 상장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거버넌스는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와 구성원들의 조직 문화 결속"이라고 부연했다.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두나무의 거래 사업은 잘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결제 서비스를 병행하는 등 금융업과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미 미국 쇼핑몰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보편화하는 점을 확인했고, 함께할 때 확장 가능한 영역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앞서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웹3 생태계에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관련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수연 대표는 "10조 원은 최소 규모이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기술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스타트업 투자 등을 포함한다"라며 "생산적 금융, 포용적 AI 등 생태계 조성과 보안·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석 대표 또한 "핀테크, AI,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투자 플랫폼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