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제도 전면 손질
계좌 개설·배당·보고 절차까지 한눈에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해외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를 전면 손질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 개설·권리 배정·보고 절차 등을 단계별로 정리한 ‘외국인 통합계좌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통합계좌를 활용하고자 하는 해외 증권사와 기관투자자들이 실무 규정 부재로 겪어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조치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자사 명의로 개설한 단일 계좌를 통해 최종투자자가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내 개인이 해외 주식을 증권사 계좌 하나로 사고파는 구조와 유사하지만, 그간 계좌 개설 주체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명확한 이용 지침이 없어 시장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해외 IR 과정에서도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글로벌 기관의 요구가 반복됐다.
금융위·금감원·금투협은 지난 4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규제 특례를 적용하면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8년 만인 올해 8월 하나증권–Emperor증권이 국내 최초로 외국인 통합계좌를 개설했고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도 9월 추가 지정으로 계좌 개설을 준비 중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통합계좌 활용 시 필요한 실무 절차를 단계별로 상세히 정리한 것이 핵심이다. 해외 금융투자업자와 국내 증권사가 계약을 체결한 뒤 상임대리인 보관계좌를 개설하고 이후 통합계좌를 여는 순서가 명확히 규정됐다. 계약서에는 감독당국 요청 시 최종투자자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 실소유자 확인, 불공정거래 방지 내부통제 체계 구축 등이 반드시 포함된다.
주주권리 배정 방식도 구체화했다. 배당은 예탁결제원이 통합계좌 명의자에게 일괄 지급하고, 이후 해외 증권사가 최종투자자 보유 수량에 따라 재배분한다. 최종투자자별 의결권이 서로 다를 경우 해외 증권사가 ‘의결권 불통일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절차적 혼선을 해소했다.
보고 의무 또한 명문화됐다. 해외 금융투자업자는 최종투자자 거래내역을 10년간 기록·유지하고, 매월 말 기준 다음달 10일까지 국내 증권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는 계좌 개설 시 제재 이력, 감독당국 인가 여부, 자금세탁·불공정거래 방지 체계 등을 사전 점검하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위는 통합계좌 개설 주체를 제한하던 금융투자업규정도 이르면 올해 12월 중 개정해 중·소형 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특례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규정 개정은 내년 1월 2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는 “외국인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곧바로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신규 투자자금 유입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업계와 소통을 이어가며 가이드라인도 지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