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A 새 스포츠 예능 ‘야구여왕’이 첫 방송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25일 첫선을 보인 ‘야구여왕’은 레전드 여성 선수 15인이 국내 50번째 여자 야구단 ‘블랙퀸즈’를 결성해 여자 야구 최강 팀과 맞대결을 예고하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고 출발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 2.2%(전국 유료방송가구)를 기록했고, 각종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클립과 기사들이 잇따라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야구여왕, 골때녀·불꽃야구 선배님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프로그램의 전면에는 ‘스포츠 올타임 레전드’ 조합이 섰다. 골프여제 박세리가 단장,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가 감독, 전 프로야구 투수 윤석민이 코치로 나서 새로운 여자 야구단을 꾸렸다. 박세리는 “여자 운동선수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며 단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고, 추신수는 “야구가 남자의 스포츠로만 여겨져 여자 야구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며 인식 개선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들은 ‘여자야구 전국대회 우승’, 나아가 ‘국제전 우승’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
첫 방송의 중심은 단연 ‘입단 테스트’였다. 육상·빙상·격투기·구기 종목 등 각 분야를 주름잡았던 김민지·김보름·김성연·김온아·박보람·박하얀·송아·신소정·신수지·아야카·이수연·장수영·정유인·주수진·최현미 등 15명의 선출이 박세리·추신수·윤석민 앞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육상계 카리나’로 불리는 김민지는 1번 타자를 자청한 좌투좌타 자원으로 눈길을 끌었다. 빠른 발과 탄력 있는 스텝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타격에서는 연거푸 방망이가 헛돌며 숙제를 남겼다. 반면 사격 국가대표 출신 박보람은 시원한 타구를 날리며 ‘클린 히트’를 기록했으나, 수비에선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는 깔끔한 투구폼에 더해, 공을 던질 때마다 몸이 자동으로 리듬체조 자세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빙상 간판 스타 김보름은 안정적인 송구와 타격으로 ‘유격수 감’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복싱의 최현미, 조정의 이수연, 수영의 정유인은 묵직한 타격과 투구, 압도적인 피지컬로 일명 ‘힘캐 3인방’으로 묶이며 벤치클리어링(?)까지 책임질 자원으로 소개됐다. 유도 선수 출신 김성연은 “사람은 그만 던지고 공을 던져보겠다”는 농담과 함께 강한 송구와 장타력을 보여주며 지도진의 미소를 끌어냈다.
핸드볼 레전드 박하얀·김온아의 테스트도 눈에 띄었다. 박하얀은 사전 면접 당시 핸드볼 특유의 습관 탓에 직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투구폼을 교정해온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온아는 시속 100km에 이르는 강속구와 안정적인 타격으로 ‘만능 플레이어’로 눈도장을 찍었다.
후반부에는 프로그램을 이끌 ‘에이스 후보’들이 등장했다. ‘테니스 여신’ 송아는 야구 경험이 전무함에도 캐치볼·피칭·수비·타격 전 영역에서 천부적인 센스를 보여주며 추신수와 윤석민의 폭넓은 미소를 끌어냈다. 축구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주수진은 날렵한 풋워크로 내·외야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고, 최장신 배드민턴 선수 출신 장수영은 직구와 변화구를 고루 던지는 투구 실력으로 에이스 투수 후보로 꼽혔다.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이는 소프트볼 투수 출신이자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로도 활동 중인 아야카였다. 던지면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찌르는 ‘칼날 제구’와 함께 탄탄한 수비, 시원한 타격까지 선보이며 ‘올라운더 사기캐’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스하키 골리 출신 신소정은 실제 사회인 야구 경험을 살려 포수 포지션에서 안정적인 리드와 수비를 보여주며 현장을 감탄시켰다.

입단 테스트가 끝난 뒤 추신수는 선수 등급을 발표하며 드라마적 긴장감을 더했다. 바로 주전 투입이 가능한 A등급에는 박하얀, 송아, 신소정, 아야카가 이름을 올렸다. 향후 실력 향상 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B등급에는 최현미, 이수연, 김성연, 김온아, 주수진, 장수영, 김보름, 신수지가 포함됐다. ‘벤치 대기 및 방출 후보’로 분류된 C등급은 김민지, 박보람, 정유인으로, 이들은 첫 방송부터 “스케줄을 줄이고 야구에 올인하겠다”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며칠 뒤 새로 합류한 이대형 코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팀 훈련이 시작됐다. 각자 종목에서 몸에 밴 습관과 씨름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2주 동안 추신수가 준비한 이른바 ‘백만 번 훈련’을 소화하며 기본기를 다지는 장면들이 담겼다. 국내 50번째 여자 야구단 창단식에서 팀명 ‘블랙퀸즈’와 슬로건 ‘Queen is back’이 공개되자 선수들은 “뭉클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세리 단장이 “시즌 중 세 번 패배할 때마다 선수를 1명 방출하겠다”는 파격적인 원칙을 밝히면서, 예능과 리얼 스포츠의 경계에 선 긴장감도 더했다.
방송 말미에는 블랙퀸즈의 첫 상대가 공개됐다. 여자야구 통산 우승 13회, 2024년 전국대회 4회 우승, 국가대표 출신만 8명이 포진한 최강팀 ‘리얼 디아몬즈’와의 연습경기가 예고되면서, 이제 막 창단한 신생팀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