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인수 필요 조건 아냐⋯내부에선 IPO 신중론 확산

교보생명이 오랜 숙제였던 재무적투자자(FI) 풋옵션 분쟁을 큰 틀에서 정리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교보생명 내부 기류는 거리가 있다. 지주사 전환과 IPO를 병렬로 검토하는 단계일 뿐 우선순위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향후 교보생명의 선택을 가를 핵심 변수로는 SBI저축은행 인수 마무리 일정, 자본 규제 변화, 재무적투자자(FI)와 잔여 지분 협상 종료 시점 등 세 가지가 꼽힌다.
교보생명은 올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약 9000억 원에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손해보험 계열사 인수합병(M&A) 과제도 남아 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손해보험·저축은행·증권·자산운용을 포괄한 종합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향해 왔지만 당장 시장에 마땅한 손보사 매물이 없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IPO가 먼저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손보사 인수가 지주사 전환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27년 상반기 지주사 체제 출범을 계획하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요건상 반드시 생손보·은행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며 포트폴리오 확충은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자본규제와 시장 환경 변화 역시 변수다. 금리 흐름과 보험업권의 새로운 자본규제인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적용 등을 고려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지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IPO가 후순위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보생명은 2022년 IPO 무산 당시 '지주사 전환 후 IPO'라는 기본 방향을 설정한 바 있고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에는 상장 시점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분쟁도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올해 초 지분 매각을 통해 분쟁을 마무리했지만 각각 5.23%의 지분을 보유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는 여전히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SBI저축은행 인수도 상당한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풋옵션 정리에 이어 대형 인수 거래가 연속된 만큼 추가로 IPO 추진까지 감당할 여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대형 이벤트가 잇달아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지주사 우선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과 IPO 가운데 어떤 카드를 먼저 꺼낼지가 업계의 관심사"라며 "3세 경영 기반을 넓히는 과정인 만큼 중장기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