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높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강화, 반도체 업황 회복이 맞물리며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가 시작됐다는 논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4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0월 밴드 추정 시점 대비 오히려 낮아진 상태”라며 “지수가 상승했음에도 PER이 하락했다는 것은 이익전망치 상향 속도가 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더는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 상향에 기대지 않아도 이익 증가분만으로 지수 상승이 정당화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즉 펀더멘털이 뒷받침된 상승 랠리 구조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12개월 후행 PBR은 20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익 성장에 따른 ROE 개선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주요국 대비 ROE 대비 PBR이 여전히 낮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강세장 초·중반에는 반도체 등 주도주가 끌고 가더라도, 상승 종목 확산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면 시장 전반의 온기 확산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던 희석 리스크도 약해지고 있다. 과거 유가증권시장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이 잦아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최근 2년은 자사주 소각이 공급을 상쇄하면서 순공급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 규모가 급증했고, 특정 대형주에 집중되던 소각이 금융지주 등 다수 상장사로 확산하면서 ‘주주환원의 질’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경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증시는 단순한 저평가 영역을 넘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랠리가 일부 대형 수출주에 쏠리고 멀티플이 이미 과거 평균을 웃도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상승은 끝났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대형 수출주 온기가 중소형으로 충분히 번지지 않는 국면에서는 업종 간 격차가 커지며 변동성이 재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 상향 조정 속도가 둔화하거나 외부 변수로 위험 선호가 꺾일 경우 ‘밸류에이션 선반영’ 논란이 빠르게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달아오른 국내 증시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차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자동차보다 산업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경기에 민감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유율이 낮은 업종 중심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