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상장 철회 기업이 급증하며 상장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이 공모 구조 손질과 공모가 안정화를 이끌며 재도전 기업들엔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철회 건수는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온 데다 신규 상장사들의 수익률도 개선되면서 상장 재도전에 나선 기업들 발걸음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흥국증권이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공모·심사 철회 및 심사 미승인을 모두 합친 철회 건수는 지난해 49개사에 달했다. 그간 연간 철회 기업 수는 △2020년 31개 △2021년 34개 △2022년 36개 △2023년 24개로, 지난해는 평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상장을 포기했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증시 문을 다시 두드리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9개사가 상장을 접은 뒤 하반기 들어서는 철회 건수가 확연히 둔화했고, 연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총 28개사 안팎이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공모 구조를 다듬어 상장 재도전에 나서며 내년 IPO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도전 후보로 꼽히는 케이뱅크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현재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희망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5조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다시 제출한 예비심사 청구서에서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지난해 대비 최대 20% 낮춘 8300~9500원으로 조정했다.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현실화해 재도전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처럼 철회 기업들이 다시 시장 두드릴 수 있는 토대에는 공모가 산정 방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이 과열되면서 다수 기업이 희망밴드 상단을 최대 33%가량 웃도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반면 올해는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공모가가 안정되면서 투자 수익률도 함께 개선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종목(스팩 제외)의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평균 약 60.3%, 상장 후 1개월 수익률 평균은 약 43.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장일 40.7%, 1개월 3.2%와 비교해 크게 오른 수준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의 부작용과 올해 새로운 제도 시행 등으로 우리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누적된 철회 기업과 공모가 안정화가 맞물리면서 5년 만에 찾아온 '풍년'의 수확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