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사들이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전문성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수업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수업을 결정할 자율성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키우는 교사들의 노력에 비해 제도·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발표한 ‘TALIS 2024 결과 분석: 교사의 다차원적 전문성과 지원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학교 교사들은 교과 내용, 교수법, 교육과정, 학생 평가 등 교수학습 관련한 전문성 개발 활동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디지털 도구 활용, 다양한 학생 지원 및 개별화 학습, 학부모와의 소통과 협력을 포함한 전문성 개발 활동에도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급변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다차원적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교사들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실제 교실에서의 자신감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학생 참여·교실 관리 등 교사효능감 전 영역에서 한국 교사의 응답은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학업에 관심이 적은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은 OECD 평균과 격차가 가장 컸고, 학생 이해도를 고려해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겠다는 응답도 2018년보다 낮아져 교실 현장에서의 자신감 하락이 두드러졌다.

수업을 결정하는 권한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학습 목표 설정, 교재 선택, 평가 방식 등 수업의 핵심 영역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응답은 대부분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교사들은 연수에서 새로운 방식을 배워도 교육과정 기준, 평가 지침, 행정 절차 등으로 인해 실제 수업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직의 중추 역할을 맡는 30·40대에서도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 향후 5년 안에 교직을 떠날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30대 7.9%, 40대 16.4%로 2018년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교사라는 직업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교사들이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학부모 민원 대응(56.9%), 과도한 행정업무(46.9%), 교실 질서 유지(48.8%), 교육청 등 외부 행정기관의 변화 요구 대응(42.7%) 등이었다.
교사가 수업 외 업무에 많은 시간을 쓰는 현실도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교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3.1시간으로 OECD 평균(41.0시간)보다 길지만 수업 시간은 18.7시간으로 OECD(22.7시간)보다 오히려 적었다.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 학생상담, 과제 채점 등 비수업 업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사의 전문성 개발 활동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반면 효능감과 자율성, 직무만족도가 낮게 나타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교사의 심리적 지표는 OECD 평균은 물론 과거와 비교해도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며 “부정적 정서는 교사의 직무 수행 의지를 약화시키는 만큼 변화하는 교육 요구에 맞춰 교사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