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대륙 사상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날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한 회의에 이어 폐막식을 끝으로 이틀간 일정을 마쳤다.
각국 정상들은 첫날인 전날 회의 시작과 함께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이는 보통 선언을 폐막에 임박해 채택하던 관례를 깨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이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특별히 강조하며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과학적 합의에 반복해서 의문을 제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예측 가능하고 시의적절하며 질서 있고 조율된 방식으로 G20 부채 처리 공동 프레임워크의 이행 강화"를 약속하고 "핵심 광물은 단순한 원자재 수출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과 광범위한 발전의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과 저소득국 부채,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부각하고 다자주의를 재확인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폐회사에서 "아프리카 첫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와 글로벌사우스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으로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공식적으로 마치며 의장직은 차기 의장국인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간다"고 선포했으나, 미국의 불참으로 의사봉을 넘겨주는 별도의 이양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1999년 G20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했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2022년 인도네시아부터 이어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의장국 순환 주기는 마무리됐다. 차기 의장국은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 순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회의를 자신의 소유인 마이애미 도랄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하고 의제를 경제 협력으로 좁히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