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FDS에 수사역량 더해 '다층 방어막'…"금융 신뢰 지키기"

우리은행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금융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 최초로 경찰·수사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단순 사고 처리나 사후 보상에 그치지 않고 범죄 수법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범죄 리스크 관리' 내재화 시도로 읽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에 배치할 금융사기 예방·대응 전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채용 단계부터 경찰·수사 전문가 등을 자격 조건으로 내세워 금융사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선발되는 인력은 신종 금융사기 수법을 모니터링하고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해 내부 통제와 상품·영업 프로세스 개선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영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취약 지점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전산·정보기술(IT)·영업 부서와 함께 경보 체계를 보완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한 감독·수사기관 협의체 구성·운영을 지원하고 정례 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창구 역할도 할 예정이다.
그간 은행권은 콜센터와 영업점, 전산부서를 축으로 보이스피싱 전담반을 운영하며 피해 계좌 지급 정지나 인출 차단, 안내 문자 발송 등 사후 대응에 무게를 둬 왔다.
하지만 문자·해외 콜센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동시에 활용하는 조직적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개별 조직의 경험과 전산 필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가 반복될 때마다 "왜 은행이 미리 막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뒤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금융사에 금융사기 예방책임을 한층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방지 체계를 제대로 갖춘 금융사라도 피해가 발생하면 일정 범위 내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과 함께 꾸린 전담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올해 안으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은행의 이번 행보는 인공지능(AI)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 첨단기술 기반 탐지 시스템과 수사·분석 전문 인력을 결합해 다층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사기를 단순 전산 사고가 아닌 고위험 범죄 리스크로 규정하고 인력과 조직, 제도 개선까지 한꺼번에 엮어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는 출발점인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자산을 노리는 금융사기는 더 이상 개별 사건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위협하는 리스크"라며 "수사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통해 사기 수법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 예방·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