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트레이드·공급망 연동으로 엔저발 원화 약세 심화
해외투자·고금리 속 구조적 달러 수급 불균형 지적
"과도한 변동성엔 개입 의향"…한은 스탠스 재조명
달러 인덱스가 최근 두 주간 약 0.6% 이상 오르며 100선을 돌파한 뒤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제는 1500원을 수준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등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동일 기간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더 크게 나타났다. 이달 들어 환율은 2% 이상 상승했고 1475원을 상회하며 15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달러 인덱스 강세와 함께, 엔저가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압력을 확대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을 빌려서 더 높은 수익률의 통화나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확대한다.
동시에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공급망 국가들의 통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일 경우,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자 부담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에도 반사작용이 발생한다.
또한, 엔화 약세는 아시아 지역 전체의 통화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며, 투자 자금이 엔을 떠나 달러나 다른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미 연준의 장기 고금리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일본 엔화 추가 약세, 국내 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 해외투자 수요 증가 등을 지목된다. 특히 '구조적 달러-원 수급 불균형이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도 포함됐다.
한은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실개입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이 강화된 점은 주목된다. "가용 수단을 모두 사용하겠다"는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시장에 개입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필요시 달러 매도·원화 매수 형태의 개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개입만으로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 참여자는 "변동성 완화 차원의 개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특히 환율이 1480원~1500원대에 진입할 경우 기업 실물거래 및 금융권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돼 개입 강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때그때의 환율 수준을 보고 뭔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결정하진 않는다"며, "변동성이 얼마나 큰지를 바탕으로 안정화 조치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