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채권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달러에 이어 최근 유로화 공모채권 첫 발행에 나서는 등 해외 투자자 대상 자금 조달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택지매각 등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를 통해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일 LH는 공사 통합 이래 처음으로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발행 규모는 5억 유로(한화 약 8493억 원)로, 만기는 3년이다. 금리는 3년물 유럽 미드스와프(EUR Midswap) 대비 37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거래는 BNP파리바, 크레디트 아그리꼴, 도이치뱅크, HSBC, 한국산업은행(KDB)이 주관했다. 올해 해외 공모채 발행은 5월 5억 달러(약 6936억 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LH는 “이번 발행에는 41개 글로벌 기관 투자자가 공모 금액의 2.2배에 이르는 주문을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직접 시행’ 등 LH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9월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LH 직접시행 물량은 2030년까지 수도권 기준 총 6만 가구다. 이에 따라 토지 보상, 기반시설 설치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H는 채권 발행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LH는 매년 연초 채권 발행 한도를 확정하는데, 지난해와 올해 규모는 15조 원이었다. 2023년 한도는 13조 원 수준이었다.
해외채권 발행 규모도 매년 커지는 추세다. LH에 따르면 최근 3년 해외채권 규모는 2023년 7억8000만 달러 2024년 14억4000만 달러, 2025년 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억 달러 공모채권을 비롯해 한화 기준 6500억 원 규모 브라질 헤알화 채권을 내기도 했다. 해외채권 발행은 신규 투자 수요를 확보하고 국내 채권 시장에서의 부담을 분산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액수를 늘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LH의 공적 역할이 강화하면서 앞으로 채권 발행 한도는 계속해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면직된 이한준 LH 전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5년간 채권 발행액이 25조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땅장사’ 비판으로 LH가 기존 수익 사업이었던 택지 매각을 중단한 데 따라 다른 방법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17.7%로, 이미 민간 기준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오동근 LH 재무처장은 “이번 채권 발행 대금은 전액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계속해서 안정적인 정책사업의 추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 신규 해외채권 투자자 유치와 조달원 다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와 같은 채권 발행 확대는 LH의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총부채가 이미 16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차입으로 인한 이자비는 LH에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