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이상 희망퇴직ㆍ직무전환
자회사 편입 SKB AI DC 사업
AI CIC 합병 후 분사설 힘실려
SKT 측 "검토한 바 없다" 일축

SK텔레콤이 ‘통신(MNO)’과 ‘인공지능(AI)’ 이원화 체제로 재편되면서 AI CIC(사내회사) 분사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선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DC) 사업과 묶어 ‘KT클라우드’와 같은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T가 AI CIC를 SK브로드밴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사업과 묶어서 KT클라우드처럼 별도 자회사로 분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I CIC 분사설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최근 SKT가 MNO와 AI 투트랙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분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재헌 SKT 최고경영자(CEO)는 “CIC 체제는 MNO와 AI 각 사업 특성에 맞춘 최적화된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MNO CIC는 고객 신뢰 회복, AI CIC는 AI 사업의 실질적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SKT는 임원 규모도 30% 감축하는 등의 ‘강소화(强少化)’ 전략을 내세웠다.
5월 SKT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SK브로드밴드는 AI DC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SK AX(옛 SK C&C)의 판교 DC를 인수하면서 DC 관련 사업은 SK브로드밴드가 한다는 역할 분담도 됐다. 5년 만의 자회사 편입으로 당시 SKT와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앞서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해 2022년 KT클라우드라는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당시 구 전 대표는 KT의 IT 서비스 자회사인 KT DS의 클라우드 사업 일부를 KT클라우드로 양도시켰다. 이에 KT클라우드 모델이 SKT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CIC와 SK브로드밴드가 묶인다면 SK AX와 업무가 겹치는 부분은 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이 이뤄지지 않겠나”라며 “조직이 비대한 것보다 분사하면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으니까 인력 효율화 측면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T는 ‘조직 슬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AI CIC는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5년 차 이상 개발자·기획·마케팅 등 모든 직군을 대상으로 특별 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대상자 중 일부는 지방으로 발령받아 대리점 관리나 통신 인프라 관리 업무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역 본부로 배치되는 인원은 수십 명 수준이며 이들은 이미 MNO CIC 소속으로 전환돼 직무 전환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T에서 AX를 내세우면서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연봉 높은 개발자 직군을 많이 뽑았는데 이런 고연봉자들이 (희망퇴직의) 주 타겟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T 측은 분사설과 관련해 "검토한 바가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SKT는 과거 플랫폼 사업을 담당했던 CIC를 물적분할해 SK플래닛을 만들었다. 2020년에는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티맵모빌리티’로 분사한 바 있다. 하지만 분할 후 잘 된 선례가 없어 내부에서는 ‘업무가 달라지더라도 차라리 통신에 붙어있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AI CIC에 남아있더라도 이직 준비를 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