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영업이익률 14% 이상…HBM·파운드리 개선이 핵심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10개월여 만에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도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1~2년간 이익과 현금흐름이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낼 것이란 판단에서다.
17일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Aa2)을 유지하면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시장을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며 전망을 이같이 상향했다. AI 서버 확대로 HBM과 서버 D램 중심의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전통적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억제되면서 메모리 가격을 떠받치는 환경이 조성된 점을 높은 비중으로 반영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률이 최소 14%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9월 10%에 머물렀던 마진이 AI 인프라 확대로 재편된 메모리 수급 구조 속에서 빠르게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업황 회복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올해와 내년 대규모 잉여현금흐름(FCF)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분야 외에 파운드리 부문의 수익성 개선 전망도 언급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수율을 끌어올리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고객 다변화와 첨단 공정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등급 상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투자 부담이 구조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13~14% 아래로 장기간 유지되거나 잉여현금흐름이 약화될 경우, 혹은 순현금 포지션이 의미 있게 줄어들 경우 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점유율 하락이나 기술 경쟁력 약화, 주주환원 확대와 같은 공격적 재무정책도 부정적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등급이 유지된 배경에는 메모리·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의 글로벌 톱티어 지위와 대규모 순현금 보유, 보수적 재무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변동성을 가진 반도체 산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재무·사업 기반이 신용도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 1~9월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DS) 부문이 44%, 모바일·네트워크(MX) 부문이 42%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