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루빈 효과…수요 폭증
삼성·마이크론 추격 속 판도 요동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전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BNK 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에 대해 “내년 N사(엔비디아)의 HBM4 수요량의 75~80%에 해당하는 계약 물량으로 여전히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내년부터 엔비디아의 HBM4 공급망에 본격 합류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중심은 당분간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특히 마이크론의 경우 기술 검증과 수율 문제가 겹치며 제품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 가격 역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BNK는 “HBM4 가격도 예상(20%)보다 높은 30% 이상 프리미엄을 받을 것으로 보여 원가 상승분을 커버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내년 HBM 영업 이익률을 57%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며, 평균판매단가(ASP)도 14%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HBM4 시장은 내년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의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루빈 칩 하나엔 HBM4가 8~12개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전작 대비 두 배로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개선했다. 현재 엔비디아를 포함해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샘플을 전달했으며, 4분기부터 본격 출하에 돌입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을 포함한 모든 제품들의 수요처를 확보한 만큼 실적에 대한 가시성은 이미 확보했다”며 “ HBM4는 4분기부터 판매 시작되나 생산과 공급 시차 고려 시 본격적인 매출 반영은 내년 2분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이번에 엔비디아 공급망에 새로 합류한 만큼 납품 비중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납품을 시작했으며, HBM4 역시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PEC CEO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HBM4 샘플을 확보했으며 잘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둘 다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AI 칩 시장 역시 엔비디아의 거센 활약이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낙수효과도 짙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4분기 엔비디아 GB200·GB300 랙 출하량은 1만4000~1만5000대로, 3분기 8000~8500대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전체 예상 출하량은 약 6만~7만 대로, 올해(2만8000대)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GB200·GB300에는 국내 기업들의 HBM3E 8·12단 제품이 탑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