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4년 연속 동결했지만 서울 주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실화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시세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세 상승으로 보유세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만큼, 세제 개편 전까지는 별도의 보유세 조정 논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공동주택 69%, 토지 65.5%, 단독주택 53.6%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하기 전인 2020년 수준이다.
정부가 공시가율을 유지한 이유는 세 부담 급증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현실화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내년 보유세가 자동으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1월 1일~11월 1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27% 상승했다. 송파구(17.90%)를 비롯해 성동구(16.46%), 마포구(12.67%), 서초구(12.2%), 강남구(11.9%) 등은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시가격이 시세와 연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환경이 이미 형성된 셈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면적 78㎡는 내년 공시가격이 27억2300만 원에서 32억8400만 원으로 20.6% 상승한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더한 총 보유세는 기존 1204만 원에서 1599만 원으로 32.8% 증가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전용 111㎡)의 경우 공시가격이 34억7600만 원에서 43억7800만 원으로 뛰면서 보유세는 1858만 원에서 2647만 원으로 42.5% 급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금 조정 논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유세 인상 효과가 이미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제 손질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조정을 단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여기에 보유세·세율·공제 제도 등 여러 항목을 동시에 손봐야 하는 ‘세제 패키지 개편’이 내년 하반기에 예정돼 있어 그 전에 보유세를 다시 조정할 경우 제도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매년 7월 전후에 발표해 온 관행을 고려하면 보유세 개편 논의는 내년 7월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본지 자문위원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보유세·거래세를 포함한 종합 세제 개편을 내년 7월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공시가율까지 함께 움직이면 정책 혼선이 커지기 때문에 올해는 ‘현행 유지’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공시가율을 낮추면 형평성 논란이 생기고 올리면 세 부담이 급등한다”며 “지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동결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예상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할 경우 정부는 보유세 인상보다 규제지역 확대, 양도세 중과 같은 시장 안정 카드를 먼저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