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권 확보·무질서한 움직임 금지에도…"원화 약세 흐름 바꾸기 어려워"
한은·정부·미국 공조 체계 마련됐지만…"실질적 안정은 수급 개선이 좌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에 외환시장 안정 장치가 처음 명문화됐지만, 시장에서는 당장 환율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시장성 달러 조달, 연간 200억 달러 상한, 조정권 확보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수급 악화와 원화 약세 흐름이 이미 구조적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한국이 전략투자 이행 과정에서 연간 200억 달러 이상 달러를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한을 설정하고, 필요 시 미국에 조달 시점·규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한국은 외환시장 매수 대신 비시장성 수단을 우선 활용한다는 원칙도 마련했다.
이번 조항은 원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것으로, 문서에는 원화의 무질서한 움직임(disorderly movements)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표현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 환율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은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장치가 없는 것보다 낫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며, "호재로 보기 어렵고 외환시장에만 집중해 보면 결과를 좋게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기 협상 과정에서 달러 조달 구조가 크게 바뀐 점을 지적하며 "숫자 자체가 펀더멘털 대비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이 늘지 않는 10년 동결 조건 역시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조정권·비시장성 조달 등 제도적 장치의 실효성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그는 "명목상 권한은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 체감할 실질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환율 전망 또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조 연구원은 "기존 전망보다 50~70원 상향된 1350원~1500원 구간을 주요 레인지로 본다"며, "과도한 절하 상태지만 수급 왜곡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외환시장 급변 시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지배적이다. 상한·조정권·비시장성 조달은 제도적 진전이지만, 구조적 외환수급 악화 속에서 환율 방향을 단기간에 바꿀 힘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