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사회문화 시험 치고 AI 인재 되는 나라

입력 2025-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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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됐다. 올해 수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건 ‘사탐런’(사회탐구 쏠림)이다. 수험생들과 입시업계는 수능이 끝난 후 탐구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느라 분주하다. 올해 사회탐구 선택 비율은 7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연계·의대 지망생까지 대거 사회 과목으로 이동한 결과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나 의대 지원을 위해선 과학탐구 두 과목 응시가 필수였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춰 대학들이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하면서 이공계 학생들이 사탐 과목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과탐이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크고, 사탐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까지 더해지며 수험생들의 선택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수험생은 죄가 없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다. 문제는 그 전략이 교육의 본래 목적에서 완전히 비껴간다는 점이다. 자연계 학생들이 학생부를 채우기 위해 학교에서는 과탐을 배우고, 정작 수능 대비를 위해선 사탐을 따로 공부하는 기형적 구조가 일상이 됐다. 공교육과 입시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니 그 빈틈을 사교육이 빠르게 메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 전략과의 충돌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인재 양성을 국가 과제로 삼고 있다. 대학도 ‘전공 기초 역량’을 갖춘 학생을 원한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에서는 물리학 대신 사회문화 시험을 친 학생이 오히려 물리학과 입학에 유리해졌다. AI 인재를 키우겠다면서 AI와 먼 과목을 고르는 게 더 유리해지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올해 치러진 수능은 이 모순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시켰다. 과탐 응시자의 경우 수능 최저 충족과 정시 합격선 예측이 모두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사회탐구는 응시생이 몰리면서 한두 문제로 등급이 크게 갈리는 ‘등급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올해 입시 결과에서 탐구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명확히 드러난다면 내년에는 사탐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탐구 응시율이 80~9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회문화를 시험 치고 AI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더 유리한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교육 현장의 왜곡은 더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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