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서 봤는데 영어에서 또?"...왜 수능은 칸트에 집착했나

입력 2025-11-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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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처=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국어·영어·사회탐구 세 과목에서 동시에 등장하며 수험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철학자가 한 시험에서 이렇게 여러 번 언급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만큼 "평가원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가장 화제가 된 문항은 국어 영역 17번 독서 지문이었다. 수험생들이 난도 높은 문제로 꼽은 이 문항에는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대한 철학적 견해가 소개됐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꼽힌 영어 34번 빈칸 추론에서는 법을 옹호하는 칸트의 윤리학적 주장이 제시문으로 등장했다. 사회탐구 영역에서도 칸트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문항으로 또 한 번 등장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칸트의 철학을 즐겨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철학은 윤리, 법, 인식론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또 복잡한 개념을 다루면서도 논리적 조직성이 뚜렷해 평가원이 선호하는 '정보량 많고 구조화된 지문'에 안성맞춤이다.

칸트가 다루는 핵심 개념들은 현대 사회의 기본 규범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정언명령·보편적 도덕 원리·자율성·법칙성 등은 오늘날 인권·도덕·법치의 토대가 되는 사상으로 교육 커리큘럼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국어와 영어, 사회탐구의 문항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칸트의 철학은 각 과목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응용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철학계에서도 칸트 지문의 잦은 출제를 당연한 현상으로 본다. 한 철학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칸트는 난도가 있지만 언어적 구조가 명료해 출제자가 의도하는 논리적 사고력 평가에 적합하다"며 "사상 자체의 보편성이 높아 다양한 교육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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