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원화 흐름까지 압박… 원·엔 환율 948원 근접
국내 거주자 해외투자 지속, 원화 매도 요인으로 작용
변동폭 5.6원으로 커져… 시장 불확실성 3개월 만에 확대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14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엔화 급락과 미 달러 강세가 동시에 작용한 데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원화 매도 요인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2025년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원·달러 환율은 9월 1402.9원에서 1424.4원으로 상승했고, 11월 11일에는 1463.3원까지 올라 원화가치가 4.1% 하락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 통화 중 일본 엔화(-4.0%)와 비슷한 약세 폭으로, 아시아 통화 전반의 부진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환율 상승의 핵심 배경은 미국발(發) 요인이었다. 10월 FOMC에서 일부 위원들의 금리 동결 소수의견과 파월 의장의 "12월 인하 확정 아니다" 발언이 시장에서 '매파적(hawkish)'으로 받아들여지며 미 달러 인덱스(DXY)가 1.7%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재차 강화됐고, 원화도 약세 압력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일본 요인이 추가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재정지출 확대 기대와 BOJ(일본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전망으로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엔 환율도 946.63원에서 948.81원으로 올랐다. 엔화 약세는 통상 원화 약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국내 요인도 만만치 않았다. 10월 원화 시장에서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지속되며 원화 매도세를 자극했다. 한국은행은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변동성도 확대됐다. 10월 일평균 변동 폭은 9월 3.9원에서 5.6원으로 커졌고, 변동률도 0.28%에서 0.39%로 높아졌다. 이는 글로벌 통화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통화스와프 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내외금리차 역전 폭 축소로 원·달러 3개월 스와프레이트는 -1.87%에서 -1.69%로 상승했다. 반면 3년 통화스와프금리(크로스커런시스왑)는 국채금리 상승과 부채스와프 영향으로 큰 폭(+38bp) 상승했다.
은행 간 외환거래 규모는 9월 435억4000달러에서 10월 427억1000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선물환 거래와 외환스와프 거래가 줄어든 반면, 원·달러 현물환 거래는 167억6000달러로 오히려 3억4000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증권자금은 10월 22억9000달러 순유입으로, 9월(91억2000달러) 대비 유입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주식자금은 30억2000달러 순유입이 유지됐지만, 채권자금이 -7억2000달러로 순유출 전환한 영향이다.
대외 외화차입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단기 차입 가산금리는 12bp에서 13bp로 소폭 상승했지만, 중장기 차입 가산금리는 48bp에서 40bp로 오히려 하락했다. CDS프리미엄도 20bp에서 24bp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중 무역 긴장 완화, 미 정부 셧다운 종료 기대 등으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양호했지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 외부 요인이 우리 환율에 상당폭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10월 이후 원화 약세는 글로벌·아시아·국내 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특이한 구조로, 시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