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것보다 익숙한 물건이 최고의 안정제”라며,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도구와 환경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인지심리학과 교육심리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조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익숙함 효과(Mere-Exposure Effect)’는 사람들이 자주 접한 대상에 대해 더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상이다. 이 원리는 시험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소 사용하던 필기구나 지우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감을 줄이고, 인지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 이론에 따르면 익숙한 사물이나 상황은 뇌가 정보를 보다 매끄럽게 처리하도록 도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이는 시험 중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문제 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로 작용한다.
교육심리 전문가들은 “수능은 낯선 장소, 낯선 감독관, 낯선 공기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수험생이 통제 가능한 요소를 익숙하게 유지하는 것이 심리적 방어기제가 된다”며 “새로운 물건이나 음식은 오히려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생리적 안정 역시 중요하다. 긴장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위장 활동이 저하되고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이에 수능 당일 아침과 점심 식사는 평소 먹던 익숙한 음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소고기뭇국, 계란찜, 흰죽 등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되는 메뉴가 대표적이다. 반면 평소와 다른 자극적인 음식이나 새로운 메뉴는 알레르기나 급체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익숙한 음식이 주는 안정감은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수능은 낯선 학교, 낯선 감독관, 낯선 공기 속에서 치러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측 불가능성 불안(Intolerance of Uncertainty)’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며 ‘통제 가능한 것’에 집착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통제 가능한 것'은 익숙한 물건·행동·리듬이다.
교육심리 전문가는 “수험생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익숙한 요소를 최대한 유지할 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며 “그 안정감이 시험 성패를 가르는 집중력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수능 당일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처럼’ 시험에 임하는 것이다. 익숙한 물건과 익숙한 루틴이야말로 수험생의 불안을 낮추고 컨디션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