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ESS 중심 사업 구조 재편…中 배제·관세 우위로 반격
소재사는 유럽 생산기지 확보 “고객사 확대 기회”
유럽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보조금 정책 부활로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혜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셀 업체들은 현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진입이 막힌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소재사들은 고객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 전략에 발맞추는 한편, 유럽에서도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12일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럽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이 약 35%까지 내려왔다. 2021년(70.9%)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줄어든 점유율은 중국이 채워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망을 선점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BMW·폭스바겐 등도 내년부터 LFP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인데, 중국 CATL과 EVE에너지가 유력 공급사로 거론된다.
국내 셀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종료됐지만, 현지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과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ESS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내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산 ESS 배터리 셀에 48.4%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 현지 생산 이점은 더욱 커진다. 현재 중국산 LFP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50달러인데, 관세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미국 내 유통 가격은 86달러 선까지 높아진다. 국내 셀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 가격은 85달러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 3사는 북미 생산 거점을 활용해 ESS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LFP 셀을 양산 중이며,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의 일부 라인도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미국 내 공장의 라인 전환을 통해 ESS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반면 북미 생산체계가 본격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배터리 소재사들은 유럽 시장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중 헝가리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4월부터 양극재 양산을 시작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스페인 공장 부지 조성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며, 향후 유럽 내 중국계 배터리 업체에 동박을 공급할 예정이다. 솔루스첨단소재도 유럽에서 고객사를 8곳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소재사 입장에선 역내 공급망 구축에 따른 수혜뿐만 아니라 중국계 셀 업체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역내 생산·조달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중국 기업의 진입이 비교적 자유롭다”며 “국내 소재업체들이 유럽 내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중국계 셀 업체까지 폭넓게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