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임원 확률 0.13%…KB금융 16.2% ‘가장 높아’

국내 100대 기업에 다니는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불확실성과 인건비 부담 속에 임원 자리 수는 줄고 직원 수는 늘면서, 올해 임원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한국CXO연구소는 11일 발표한 ‘2025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에서 올해 100대 기업 직원 수가 총 86만1076명, 미등기임원 수는 702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원 122.5명당 임원 1명꼴로, 임원 승진 확률은 0.82%에 그쳤다. 지난해(0.84%)보다 0.02%포인트(p) 낮아졌다.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 직원 수는 지난해보다 1만1670명(1.4%) 증가했지만, 미등기임원은 오히려 107명(1.5%) 감소했다. 이로 인해 100대 기업 전체에서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지난해 119명에서 올해 122.5명으로 늘었다.
2011년 105.2명이던 임원당 직원 수는 2018년 124.5명, 2021년 131.7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19명으로 낮아졌지만, 올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CXO연구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과 효율화 기조 속에 임원 자리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직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원 문턱은 더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4대 그룹 모두 임원 승진 문턱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직원 110.3명당 1명꼴이던 임원 비율이 올해 117명으로 늘었고, 현대차(151.6명), LG전자(116.2명), SK하이닉스(165.6명)도 모두 임원 비율이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등기임원 1107명으로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14년 직원 80.7명당 1명이던 임원 비율이 올해는 117명으로 줄었다. 임원 승진 확률도 1.24%에서 0.85%로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증권업의 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증권사는 직원 38.9명당 1명꼴로 임원이 배출돼 임원 진입이 비교적 수월했다. 반면 유통업은 330.5명당 1명 수준으로, 사실상 ‘임원 되기 가장 어려운 업종’으로 꼽혔다.
이 밖에 무역(53.7명), 보험(75.8명), 석유화학(76.1명), 식품(97.3명), 건설(98.1명) 업종은 100명 미만의 직원당 1명꼴로 임원이 활동 중이다. 반면 자동차(147.1명), 조선중공업(166.2명), 에너지(188.2명) 업종은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회사별로도 차이가 컸다. KB금융은 직원 6.2명당 1명이 임원으로 활동 중으로, 100대 기업 중 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직원 142명 중 23명이 미등기임원으로 산술적 임원 확률은 16.2%에 달했다. 지주사 특성상 계열사 겸직 임원이 많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현대코퍼레이션(7.45%), 키움증권(4.95%), LX인터내셔널(4.72%), SK가스(3.96%), 미래에셋증권(3.9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기업은행(0.09%), 이마트(0.13%), LG디스플레이(0.32%) 등은 임원 진입 확률이 0.1%대에 머물렀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 남짓으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을 50대 중반 직장인으로 가정하면, 현실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더라도 3년 내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년 65세 연장이 현실화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으로 임원 수를 더 줄이고 핵심직무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할 것”이라며 “직원들은 임원 경쟁보다 전문성을 키우는 전략이 중장기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