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통상임금 범위 대폭 확대
경총 “연간 6조7889억 원 이상 부담 발생”

산업계에서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아에 이어 금호타이어 노조까지 대규모 소송에 돌입하면서 ‘노무 리스크’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하면서 수천억 원대 인건비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통상임금 재산정에 관한 줄소송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현대자동차·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의 임금청구 소송에서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유무와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통상임금의 성립 요건 중 ‘고정성’을 제외하는 것으로 11년 만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해당 판결 이후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기반으로 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소송 당사자나 같은 쟁점으로 재판 진행 중인 당사자들에 대해서만 판례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 사업장 반영을 위해서는 노사 간 단체 협약 등으로 임금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노조들이 정기상여금의 소급 적용과 실질적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기아 노조는 2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급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 수당, 사용 연차 등 과거 누락된 항목을 ‘통상임금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노조와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임단협 이후 전·현직 직원들에게 총 209억 원의 시간외 수당 등을 일괄 지급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퇴직자로 구성한 소송인단을 꾸려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금호타이이어의 소송 제기로 통상임금 산정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항목은 법정자격수당, 식사교대수당, 안전수당, 성형수당, 체력단련비 등 총 13개로, 기존 판례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까지 포함하려는 시도는 향후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진 제조업 전반으로 유사한 요구가 확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완성차 업계는 법적 분쟁이 확산되자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산입 항목을 대폭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에서 휴가비, 명절지원금, 연구능률향상비, 연장근로상여금, 임금체계개선 조정분 등 5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합의했고, 기아도 통상제수당, 명절보조금, 하계휴가비 등을 포함했다. 이에 현대차(노조원 약 4만2000명)는 1인당 연평균 541만 원 인건비가 늘어나 총 2300억 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도 1인당 연평균 최대 1726만 원(엔지니어 기준)이 상승해 수천억 원 규모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통상임금 여파로 내년부터는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건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연간 6조7889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통상임금 산입 여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도 노무 리스크를 겪지 않기 위해 갈등 소지가 있는 수당들을 선제적으로 산입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