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포퓰리즘 대표 사례" 삭감 1순위 지목
11월 17일부터 예산소위 가동 실질심사 돌입
한은 “소비 진작 긍정적" vs 조세硏 "순손실"

이달부터 시작되는 2026년 정부 예산안(728조 원)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지역화폐 예산 1조1500억 원을 둘러싼 대립에 나설 전망이다. 총 약 24조원 규모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화폐는 이재명 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2026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은 올해보다 1500억 원 증액된 1조1500억 원이 편성됐다. 이는 2025년 예산 1조 원 대비 15% 증가한 수치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24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13조 원 규모 민생회복소비쿠폰에 필적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현금성 지원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며,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의 이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를 포함해 적극 재정으로 조성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성장, 기술경쟁 심화 등 중차대한 시기에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적극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의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1년 코로나 위기 때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부는 적극 재정 기조로 대응했다"며 "IMF도 현시점에서 한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를 바꿀 국민 안전과 저출생 대응 등 5대 예산 증액에 힘을 쏟겠다”며 예산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삭감 대상 1순위'로 지목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소비쿠폰과 같은 예산은 민생경제 회복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며 "물가 안정책 없이 재정 살포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만약 이 13조 원을 소비쿠폰이 아니라 지방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산업과 일자리 핵심 산업에 투자했으면 경제 성장과 민생 회복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도 "성수동 한 고깃집 사장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며 이게 무슨 경기부양이냐고 한숨짓고, 한 언론 조사에서도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이 소비쿠폰 효과를 못 느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입장이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2020년 6월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이 지역소비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인천시 지역화폐 '인천e음'의 소비 데이터를 실증 분석한 결과 "지역 내 소비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도 2022년 대전 지역화폐 연구에서 소상공인 매출전환 효과가 31.7%, 순소비 증대효과가 26~29%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이 연간 2260억 원 규모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사중손실 460억 원과 발행·운영 부대비용 1800억 원을 합산한 규모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사라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 주 10~11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부별심사에서 지역화폐와 국민성장펀드 타당성을 집중 검증할 예정이다. 부별심사는 각 부처 예산의 개략적인 심사를 담당하며, 실질적인 증감액 결정은 이후 단계에서 이뤄진다.
17일부터 가동될 예산소위가 실질적인 '예산 칼자루'를 쥐게 된다. 예결위 50명 중 여야 각 15명 내외로 구성된 이 소위원회에서 지역화폐를 포함한 각 부처 예산의 증감 여부가 최종 조정된다. 예산소위는 통상 3주 정도의 심사 기간을 거쳐 12월 2일 법정시한까지 예산안 의결을 완료해야 한다.
12월 2일 헌법 규정 법정시한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의 원안 사수를 강조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최종 결과는 17일부터 시작될 예산소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의석 구도를 고려하면 민주당의 지역화폐 예산 관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민주당은 166석으로 예산안 단독 처리가 가능한 과반(150석)을 넘어서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107석에 불과해 법적으로 저지할 수단이 제한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2024년 12월 2025년도 예산안을 국민의힘과의 협상 없이 4조1000억 원 감액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