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까지는 문과생과 사무직의 남방한계선은 판교, 이과생과 기술직은 기흥·평택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이제 기술직도 판교 밑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기업 관계자 설명이다. 이러다가는 서울까지 올라올 판이다. 얼마 전 만난 기업 한 임원은 "나때만 해도 천안 아산까지였다"며 "지금은 화성, 용인만 돼도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수도권 거주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수도권 회사의 경우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4.5%, ‘가급적 지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1.6% 였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가 없어서’(60.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생활·문화 인프라가 열악해서’(59.8%), ‘주거·생활비가 부담돼서’(48.9%)가 뒤를 이었다.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정부는 자꾸 기업들에 지방으로 가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업이나 공장이 있다면 세금 혜택, 관련 규제 대폭 완화 등 전방위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본사 위치는 채용 인력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수 인력 확보가 명운을 결정짓고, 사람이 자산인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만으로 선뜻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방으로 이전한 뒤 고급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적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적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뒤, 민간 자산운용사 대비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 문화 등으로 핵심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결국 국민연금공단은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성과급 1.5배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서울에서 살고,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을 탓할 수 있을까. 2024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의 50.8%를 차지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은 284곳(56.8%), 인천·경기는 101곳(20.2%)으로, 수도권에만 총 385곳(77%)이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뿐인가. 교육, 의료,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2015→2021년)를 보면 △월평균실질임금(34만 원→53만 원) △1만명당 문화예술활동건수(0.77건→0.86건) △1000명당 의사수(0.31명→0.45명) 등으로 조사됐다.
서울로 향하는 지방 청년을 떠나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지방으로 청년을 끌어들일 방법은 뭘까.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이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적어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