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과 현재 금감원의 시각은 분명히 달라졌다. 2022년 금감원은 백내장 보험금 청구 급증을 ‘보험사기’ 관점에서 접근했다. 조사 강화와 포상금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소비자 중심으로 180도 방향을 틀었다. 백내장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한 민원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 구제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5일 ‘경영진 민원상담 데이’에서 백내장 보험 민원인을 직접 만났다. 그는 관련 법원 판례와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조직개편의 최우선 과제로 둔 금감원의 행보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짐작게 한 장면이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에도 금감원 앞에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호소하며 시위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려다 주변 만류로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열릴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도 백내장 분쟁은 보험 부문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를 계기로 실손보험 구조와 분쟁 절차 전반의 개선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장이 바뀌었다고 실손보험 누수의 주범으로 간주한 것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의 입장이 변하면 보험사는 지급 기준을 재조정하고 소비자는 다시 불신의 색안경을 쓰게 된다.
한계도 명확하다. 대법원이 이미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통원 한도 내에서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금감원이 나서더라도 실질적 구제는 쉽지 않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백내장이 아니다. 감독당국이 한 번 세운 원칙을 어떻게 지켜 가느냐다. 소비자보호의 명분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 원장이 민원인을 직접 대면한 것은 소비자보호 의지를 대외에 알리기 위한 상징적 행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 금감원’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길은 감독 기준의 일관성 유지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동안 축적해온 금융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