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내 투자수익률 하락·연기금 해외투자 지속이 원인"
대외건전성 강화 속 자본유출·환율압력·글로벌 리스크 노출 확대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Net Foreign Asset·NFA)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며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외건전성은 강화됐지만, 과잉 해외투자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약화와 환율 불안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은 1조 달러를 넘어 GDP의 55% 수준에 도달했다. 2010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대외금융부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늘어나며, 2014년 이후 순대외자산이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외자산 증가는 주로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해외투자 확대와 외환보유액 증가가 견인했다. 다만 자산가격과 환율 변동 등 평가(Valuation) 효과는 과거에는 순대외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나, 2020년대 들어 미국 증시 강세와 우리 기업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로 마이너스 효과가 완화됐다.
한국은행은 국가 간 패널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순대외자산은 일정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안정화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는 순대외자산 증감과 유의한 관계가 없었고, 자산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를 유발하며 순대외자산을 조정하는 ‘자산가격 안정화 메커니즘’도 점차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인구 고령화, 정부지출, 성장률 등 펀더멘털 요인과 순대외자산 간 장기균형 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균형 NFA/GDP 비율이 2015년 -3%에서 2023년 30%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NFA 비율(47%)은 이를 상회해 과잉 대외저축 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NFA 증가는 대외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해외투자 중심의 자산 구조로 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 투자기반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은행 및 공공부문이 보유한 외화자산이 줄어들고, 민간부문 중심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 완충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와 연기금의 국내투자 확대를 통해 과도한 해외투자 편중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지난해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통해 35년 만에 주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은 한국은행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글로벌 불균형 등 근본적인 NFA 발산 원인이 상존하는 한 우리나라 등 경상
흑자국의 NFA가 계속 증가하면서 해외투자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주식시장 투자여건 개선, 연기금의 국내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과도한 해외투자 치우침을 완화시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