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투자로 성장 전환 시동
관세 안정 속 AI 혁신 원년 예고
R&D 투자ㆍ기술혁신 작업 재개
지역거점 확충 계획도 병행할 듯

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작업에 한창이다. 올 한 해는 미국발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미 양국이 세부 관세 항목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변수 대응이 아니라, 새 기준에 맞춘 경영 전략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대미 수출 규제와 고환율,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경영 환경이 위축됐던 만큼, 내년에는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정비와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내년 신년 사업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신사업 투자, AI전환(AX), 제조 시설의 로봇 자동화 등이다.
제조 대기업 관계자들은 내년 사업의 화두는 AI를 공정·품질·의사결정 전반에 접목하는 AX(산업지능화) 혁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 설계부터 공급망 운영까지 AI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며 조직 전반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는 AI 훈풍에 맞춰 내년 대규모 설비투자(CAPEX) 계획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연산용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라인 구축과 생산능력 증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 고비를 넘기고 안정기에 접어들며 그간 소홀했던 내부 R&D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 내년에는 제품 개발 역량 강화와 공정 효율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도 반도체 기업의 투자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반도체사가 내년에 얼마나 많은 장비 투자 예산을 책정하는지가 업계 전체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내년에도 AI 산업 관련 세제 지원과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사항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로봇·디지털 전환 등 신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기업들은 지방 거점 확충 계획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지역 투자 독려와 맞물려 지방 제조단지 신규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지방에 생산공장 또는 R&D센터를 두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역 인센티브 확대 기조와 결합해 지방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높은 관세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줄고 재무 여력이 악화된 만큼, 내년에는 기업별로 비용구조 개선, 인력 효율화, 조직 재편 등 체질개선 작업에 나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