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투자의 해외투자로 전환이 가속하는 가운데, 해외투자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해외투자로 전환의 원인인 생산성 둔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김준형 경제전망실 동향총괄·김규철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8년 0.7%에 불과했던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내국인 해외투자-외국인 국내투자) 비중은 2015~2024년 4.1%로 6배 가까이 상승했다. 2000년대 이후 국민소득 대비 총투자 비중이 30%대 중반에 정체된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한 자릿수던 전체 투자 대비 순해외투자 비중도 최근 18%까지 올랐다.
순해외투자 증가의 핵심 요인은 총요소생산성(생산성) 증가세 둔화에 따른 자본수익성 하락이다. 자본수익성은 단위 자본의 생산기여도로 결정되는데 생산성이 높을수록, 노동 투입이 늘수록, 자본 투입이 줄수록 높아진다. 200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노동 투입 증가율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으나, 생산성 증가율은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다. 투자수익률 관점에서도 국내투자 수익률이 해외투자 수익률을 지속해서 밑돌면서 해외투자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
계량분석에선 생산성 0.1% 하락으로 국내투자의 해외투자 전환 시 국내총생산(GDP)이 0.15%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배 관점에선 GDP와 유사한 비율로 노동·자본소득이 감소한다. 단, 자본소득 감소는 투자수익 등 해외 자본소득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 이는 해외투자 증가가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고 자본소득이 없는 계층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와 인구·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에선 일찍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생산성 둔화 장기화로 1980년대 이후 해외투자가 증가했다. 그 결과로 경제활력이 저하하고, 경상수진 흑자가 발생했음에도 국민소득의 해외 투자수익 의존도가 커졌다. 한국에서도 해외투자 소득 증가 등으로 국민소득 원천에서 소득수지 비중이 2000년 –0.7%에서 2024년 1.2%로 확대됐다.
연구진은 해외투자 증가가 생산성 둔화의 결과이며, 투자수익이 생산성 둔화에 따른 국민소득 감소를 완화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자체를 제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대신 생산성 둔화가 지속하면 해외투자로 전환이 더 가팔라지고, 그 결과로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혁신기업 육성, 한계기업 퇴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의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가 국내 노동·자본소득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전망이다. 김규철 부장은 “(연간 투자 상한액인) 200억 달러면 대략 GDP 1%”라며 “생산성 때문에 나간 것이라면 국내투자가 1대 1로 바뀌는데 지금은 생산성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나갔기 때문에, 해외투자 증가만큼 국내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