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가 크라임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와 그의 전 아내의 증언을 공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제작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1·2부가 방송됐다.
1부 ‘이춘재의 사계’에서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여성 연쇄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 과정을 다뤘다. 경찰은 당시 화성 3·4·5·7·9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를 분석해 이춘재를 진범으로 특정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춘재는 심문 중 직접 종이에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적으며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12건은 화성, 2건은 청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명예욕과 과시욕을 이용해 진술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화성과 청주 등지에서 살인 15건, 강간 및 강간미수 34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을 지낸 나원오 전 경무관은 방송에서 “이춘재가 주장한 ‘유년기 추행 피해’는 범죄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부 ‘이춘재의 낮과 밤’에서는 이춘재의 전처 이 모 씨가 31년 만에 입을 열었다. 이 씨는 방송에서 “(이춘재가)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생각해봤다. 경찰이 ‘아이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임신했을 때 미혼모 시설을 알아보겠다고 하니 (이춘재가) 안 된다며 화성 집으로 데려갔다”며 “그 사람이 ‘아기 가졌어. 결혼할 거야. 내가 직장을 구할 건데 얘가 지낼 데가 없어’라고 하니 어머니가 주저앉으셨다”고 회상했다.
또 “결혼은 출산 이후로 미뤘다. 시어머니가 무당 말을 믿었다”며 “애 낳으러 가는 날에도 어머니가 짜장면을 먹으러 나갔고 나는 혼자 아이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그 사람은 집에도 잘 오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며 “눈빛이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지금도 그 표정을 떠올리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또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열쇠공을 불러야 했다. 이유를 물으면 아무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이 씨는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 “맞고 있는데 아이가 자다 깨서 기저귀 바람으로 나왔다. 그 사람을 말리려다 (이춘재가) 쳐서 아기가 굴렀다. 그걸 보고 내가 달려들었고 주먹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13일 처제를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는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처제를 유인했다. 이 사건으로 이춘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씨는 방송에서 “가족들이 나를 원망한다. ‘네가 그 사람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며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예쁘게 살았을 것 같다.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괴물의 시간’ 1부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 3.3%, 최고 3.7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