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기술·SK그룹 역량 총결집
울산, 글로벌 AI 거점으로 부상

29일 오전 찾은 울산 미포산업단지 내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공사 현장. 이른 아침부터 5대의 대형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흙을 퍼 올리고, 54명의 근로자가 분주히 움직였다. 축구장 11개 규모의 부지 한가운데 지상 5층짜리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AI) 전용 ‘두뇌 공장’을 떠받칠 단단한 기반이 이곳에서 다져지고 있었다.
이동규 SK에코플랜트 현장소장은 “현재 파일(말뚝) 공사를 완료하고, 골조 공사를 위한 터파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연말부터 지상층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2027년 말부터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앞서 6월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AWS가 SK의 문을 두드린 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탄탄한 기술력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다.
김재석 SK브로드밴드 AI DC기술 본부장은 “AWS의 기술 스택이 반영된 고사양 설계를 진행 중이며, 고객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정보의 보관소라면, AI 데이터센터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컴퓨팅 공장’에 가깝다. 일반 데이터센터는 서버랙당 평균 5~10kW 전력을 소비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연산을 위해 20~40kW 이상의 전력이 소비된다. 발열을 제어하기 위한 냉각 용량 또한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10배 이상이 필요하다.
이에 SK그룹은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짓기 위해 주요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결집했다. SK에코플랜트는 그간 축적해 온 반도체 팹 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첨단 설계를 적용해 건설하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전국을 아우르는 초고속 광대역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시 AI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인 만큼 SK는 이를 위한 밸류체인을 탄탄히 구축했다. SK멀티유틸리티 발전소는 센터 인근에 300메가와트(MW)급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겸용 가스복합발전소를 운영하며 한국전력 대비 가격 경쟁력 있는 전력을 365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건설한 울산 최초 LNG 터미널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해졌다. LNG는 LPG 대비 연소 효율이 높고, 배출가스가 적다. 현재 LNG 저장 탱크 2기가 가동 중이며, 3기가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3기까지 가동되면 총 64만5000kl의 LNG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울산이라는 지역적 이점도 크다. SK는 인근 용현산업단지에 6만3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라 추가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한 전력 수급도 선제적으로 대비해 놓았다. 울산시 역시 전담 TF를 꾸려 건축 인허가 단축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향후 울산이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 저렴한 전기요금과 효율적인 전력 공급체계도 갖추게 된다.
SK그룹은 향후 울산을 그룹의 AI 핵심 거점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목표다. 김 본부장은 “AWS가 울산을 선택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이를 기반으로 추가 고객 확보가 쉬울 것 같다”며 “현재 AWS 외에도 해외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