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中희토류 통제 잠정 유예
대두수입 확대·관세 완화 접점 성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 소식이 지난 24일 알려지자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중 양국 증시가 모두 상승했다. 게다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제5차 미·중 관세 실무협상에서 훈풍 소식이 들려 오자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었다.
그러나 30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장이 기대한 미·중 관계개선 빅딜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당면한 핵심 이슈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결국 서로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급한 불만 끄는 스몰딜 형태로 마무리된 모양새다. 조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느긋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각기 다른 속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년 중간선거를 위해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스몰딜 타결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희토류 수출통제, 대두수출, 핵 군축, 펜타닐, 틱톡 매각, 러시아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협상 결과는 최종 무기인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잠시 유예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정상회담 이후 반도체와 희토류 전쟁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스몰딜은 결국 트럼프의 지지층인 중서부 농민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대량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또는 유예하는 방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료에 의하면, 올해 1~7월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 누적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특히 지난 4월 관세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34%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면 트럼프의 정책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명령에 미국 수입업체들의 위헌·위법 소송이 증가하고 있고, ‘노킹스(No Kings)’ 시위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지역 농민들의 불만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시 주석과의 협상을 앞두고 최근 2가지 이슈를 부각시키며 중국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첫째, 대만 이슈의 재등장이다. 지난 25일 4박 5일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인터뷰에서 ‘대만 이슈도 시 주석과 논의할 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한 대만 이슈를 지렛대로 삼아 스몰딜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 1기 체결한 미·중 무역합의의 중국 불이행 이슈를 꺼내 들며 중국을 압박해 다시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속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1차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2년간 2000억 달러 수입 목표의 약 60% 정도만 이행한 상태다.
중국의 속내는 어떨까?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부과 시점을 유예하면 할수록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느긋한 늘공이 조급한 어공을 이긴다는 속셈이다. 중국은 수출확대와 기술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중국의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 말처럼 14억 중국인이 먹는 돼지고기의 사료인 대두는 없어서는 안 될 수입품이다. 2024년 중국의 대두 생산량은 2065만t, 수입량은 1억503만t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고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가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느긋한 이유는 대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대체 조달이 가능하지만, 희토류는 대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최종병기가 될 수 없다. 미·중 간 대립과 충돌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