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의 자리엔 정쟁이, 감시의 자리엔 감정이 남았다.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얘기다.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과 통신사 해킹,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했지만 국감 기간 끝자락에 남은 것은 ‘욕설 문자’와 ‘결혼식 축의금 논란’ 뿐이었다.
시작은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간의 ‘찌질한 X’ 문자 폭로였다. 14일 진행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국회에서 공적인 질문을 한 것 때문에 박 의원으로부터 사적 보복을 당했다”며 자신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자에는 “박정훈입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2일)” “에휴 이 찌질한 X야(5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박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너 진짜 대단하다”며 “개인적으로 한 걸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의 연락처가 공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최 위원장은 국감을 정회하기도 했다.
이같은 여야 갈등은 16일에도 이어졌다. 두 사람 간 설전이 격해지면서 최 위원장은 국감을 중단하고 비공개로 전환 후 ‘위원 신상에 관한 논의의 건’을 상정했다. “나가 달라”는 최 위원장 주문에 따라 취재진을 비롯해 출석한 증인·참고인도 모두 회의장을 떠났다. 국감장 실시간 중계도 멈췄다.
국감 기간 중 최 위원장 자녀가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축의금 논란도 일었다. 모바일 청첩장에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29일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 퇴장했다. 이후 오후 속개된 회의에도 복귀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의 감시로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한다. 국회 보좌진들은 밤을 새워 국감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번 과방위 국감에선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놓고 정책 질의는 뒷전이었다. “국감이 아닌 ‘최민희 청문회’”라는 말도 나왔다. 욕설과 축의금이 뉴스의 전부가 된 자리에서 ‘감시’도 ‘정책’도 찾기 어려웠다.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 정책을 다루는 국회 핵심 상임위다. 국가 AI 전략, 디지털 인프라, 방송산업 등 향후 10년의 기술 패러다임을 좌우하는 의제가 여기에 걸려 있다. 국회가 힘을 모아 국정을 감시하는 시간이 여야 의원들의 개인 정치에 쓰인 것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