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업계가 올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이 여전한 데다 연체율 악화로 대손충당금 적립까지 늘면서 순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신사업 정체까지 겹치면서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4개 카드사(신한·삼성·우리·하나) 모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은 △우리카드(46.4%↓) △신한카드(22.8%↓) △하나카드(11.8%↓) △삼성카드(4.2%↓) 순으로 감소하며 업계 전반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특히 신한카드는 같은 지주 계열사인 보험사(신한라이프·신한EZ손보)와의 실적(당기순이익) 격차도 상반기 820억 원에서 3분기 1069억 원으로 더욱 벌어졌다.
각사 경영실적 보고서를 종합하면 카드업계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은 '이자비용 증가'와 '대손비용 확대'로 나타났다.
우선 조달비용 부담 증가가 두드러졌다. 신한카드의 3분기 지급이자 비용은 2817억 원으로 전년 동기(2683억 원)보다 4.9%(134억 원) 늘었다. 삼성카드 역시 같은 기간 금융비용이 1307억 원에서 1528억 원으로 17% 증가했다.
이자비용 증가는 카드사들이 그동안 비싸게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기였던 2021~2022년 당시 발행된 3년물 고금리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가 올해 만기를 맞으며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업황 악화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점도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카드의 3분기 대손비용은 1933억 원으로 전년 동기(1711억 원) 대비 2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신한카드도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 3분기에만 1601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며 보수적인 자금 운용 기조를 유지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쌓아두는 금액이다. 올해 들어 대부분의 카드사가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확대한 영향으로 3분기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진출이 지체되고 정부의 대출 규제로 카드론·현금서비스를 통한 수입도 억제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기 위해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라든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레고랜드 당시 고금리로 조달받은 여전채 등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다"며 "추후 경기 상황이 나아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