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제도’ 시행 이후 자금 이동 본격화

국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퇴직연금 자금도 증권사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직접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119조2982억 원으로, 전년 동기(96조5328억 원) 대비 23.6% 증가했다. 전체 금융사 퇴직연금 적립금(459조4625억 원)이 같은 기간 14.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또, 은행권 증가율(14.6%)을 웃도는 수치로, 퇴직연금 시장 내 증권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34조9244억 원으로 업권 1위를 유지했다. 삼성증권(18조8656억 원)과 한국투자증권(18조6384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증시 반등과 ETF 강세에 힘입어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자금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말 11조3000억 원에서 올해 9월 14조8000억 원으로 31.0% 늘었다. 이 중 ETF 잔고는 3조4000억 원에서 5조8000억 원으로 70.6% 급증했다. 연금계좌에서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보다 ETF·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시장형 상품을 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퇴직연금 갈아타기(실물이전)’ 제도도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했다. 해당 제도로 가입자는 기존 연금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이전 시 보유 상품을 매도해야 해 이전이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중도해지 부담 없이 ‘수익률이 더 높은 증권사로 갈아타기’가 가능해졌다. 통상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은행 수익률은 3~5% 수준인 반면, 실적배당형 중심의 증권사는 6~7%에 달한다.
수익률 격차가 커지자 퇴직연금 이용자들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ETF·TDF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과 모바일 운용 플랫폼을 앞세워 연금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세와 맞물려 코스피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등 장기 투자성 자금의 증시 유입세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KB증권은 “이번 강세장은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1985년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 시기 이후 40년 만에 재현되는 장기 상승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보고서에서 “코스피의 12개월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하며, 강세장이 지속될 경우 6000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