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연간 비용 수조원 절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완성차에 부과되던 25%의 관세가 15%로 인하되기로 최종 합의됐다. 완성차 업계는 그동안 누적돼 온 고율 관세 부담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게 됐다. 특히 조 단위 손실을 떠안았던 현대자동차·기아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부품 관세율 조정(25%->15%)에 합의했다. 해당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형태로 즉시 발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며 연내 시행이 유력하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10% 낮아진 관세가 적용된다. 앞서 정부는 7월31일 관세 협상 타결로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실무 투자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시행이 지연됐었다.
이번 합의로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15%)과 유럽(15%) 수준으로 관세가 조정되면서 한국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도 회복될 전망이다. 일본과 유럽과 달리 한국만 고율 관세에 묶여 있었던 구조가 일정 부분 개선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면서 북미 수출 채널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 리스크가 줄고 경쟁국 대비 유리한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의 4분기 실적 개선 여지도 보인다.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완성차업계의 관세 부담은 최대 50%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관세가 인하되면 현대차의 내년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 기아는 1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는 2분기(1조6142억 원)보다 51.8% 급증한 총 2조4500억 원의 관세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사와 타이어 산업에도 긍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비용 절감으로 납품 단가 인하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고, 타이어사들도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관세 인하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지 생산 비중 확대, 가격 정책 조정, 물류비 절감 등 다양한 요소가 여전히 수익성 회복을 위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5% 관세로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때와 비교해서는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현지 생산 확대 등 새로운 전략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