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수출통제는 경제적 강압" vs 中 "다자주의 강조·보호주의 반대"

정부가 경주 APEC 정상회의 최종 결과물인 ‘공동선언문’ 채택을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통상 부문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합의된 경주 선언을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 질서와 다자주의가 흔들리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28일 외교·통상가 등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다음달 1일 회원국들의 의견 일치(컨센서스)를 통해 도출할 경주 선언의 문구를 두고 최종 조율하고 있다. 21개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는 문구는 공동 선언문에 들어갈 수 없다.
공동 선언 합의에 실패하게 되면 의장국의 권한으로 발표하는 의장성명으로 대신하게 된다. 이는 APEC 회의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고 싶은 한국이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외신 간담회에서 경주 선언 도출을 두고 “세계무역 질서가 혼란스러워 공동 선언문 도출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채택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공동 선언문 채택을 위해 외교 총력전에 돌입했다. 실무 대표단은 경주에서 최종고위관리회의(27~28일)와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29~30일)를 열어 이 같은 정상회의 의제와 선언문을 조율한다. 우리 정부는 이 회의에서 인공지능(AI) 협력, 인구구조 변화 대응 관련 논의 현황과 정상회의·각료회의 준비 상황을 회원들과 공유한다.
공동선언문인 ‘경주 선언’의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다. 현재 공동선언문에 들어갈 문구와 관련해 통상 분야에서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경주 선언과 별도로 중점 의제인 인공지능(AI) 협력 등에 대한 문서 채택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새로운 과제가 될 AI를 활용한 디지털 격차 해소와 인구구조 변화, 저출생 대책 등 별도 선언문도 준비 중인 걸로 파악됐다.
미·중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개최국인 우리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여러 입장을 조율하고 접점을 찾아내는 게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APEC연구컨소시엄사무국장은 “미국이 워낙 강한 레드라인을 가지고 있어 조율하는 게 쉽진 않지만,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다른 나라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문구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다른 국가나 한국이 원하는 코멘트를 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