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정상적으로 납품 진행 중⋯대금 지급도 정상적"
"예년 대비 대대적 이벤트 쉽지 않을 듯⋯상황 예의주시"

국내 유통가가 11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한 물량 확보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30일부터 계열사 전체가 참여하는 '쓱데이'를 예고했고 롯데마트도 연중 최대 할인행사 '땡큐절'로 맞불을 놓는다. 이러한 가운데 유동성 이슈와 MBK 먹튀 논란, 매각 난항 이슈를 겪고 있는 홈플러스도 '블랙 홈플런' 채비에 나서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3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대규모 세일 행사 '블랙 홈플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행사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년 11월부터 역대급 물량을 투입해 행사에 나선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대적인 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11월 '메가푸드위크(MEGA FOOD WEEK)'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사전 행사 개념으로 'AI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3월 모기업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유동성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대금 지급 지연과 납품 중단 이슈가 불거졌고 최근에는 매장 전기요금이 체납돼 최악의 경우 단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기업 공개입찰이 진행 중이지만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은 사재 출연 여부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여러모로 난관에 놓인 홈플러스와 거래 중인 기업 대다수는 '블랙 홈플런' 행사와 관련해 정상적으로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음료기업 A사 관계자는 "현재 정상 범위 내에서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 행사에서도 영업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물량을 투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B사 역시 "돈이 들어와야 물건을 내주는 구조인데 현재까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며 "이벤트가 있으면 그에 맞춰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납품사와 유통채널 간 적극적인 비용 투입이 필요한 마케팅 부문에 있어서는 예년과 같은 큰 규모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예년 정상적인 시절에 비해 크게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며 "단순히 물량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매장 행사 시 할인이나 제품 증정 행사를 할 때 납품사나 마트 등에서 비용 부담을 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홈플러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점포가 폐점하면서 전체 납품 물량이 줄어든 점도 과거와 달라진 변화로 꼽힌다. 각 협력사가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식음료업계 C사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저희로서도 주요 거래처인 만큼 납품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다만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만큼 너무 무리하게 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D사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매장이 줄면서 납품 물량이 감소했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도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금 상황 관련해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행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재고를 총동원해서라도 이벤트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최대한 정상적으로 매장 영업을 영위하겠다는 의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