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기업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기세가 거세다. 중국 정부는 해외 제약기업들의 관심 확대에 따라 제약시장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연속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의 신약 개발 역량도 인정받고 있어 중국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의 투자 계획 발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외신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다케다(Takeda)는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와 총 114억 달러(약 164조 원)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케다는 비소세포폐암 및 대장암 치료제 ‘IBI363’과 위암 및 췌장암 치료제 ‘IBI343’등 두 개의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공동 개발 권리를 위해 계약금으로만 12억 달러(약 1조7200억 원)를 선불로 지급할 예정이다. 또 이노벤트의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인 ‘IBI3001’에 대해서는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옵션을 취득했다.
IBI363는 면역 체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PD-1 단백질과 면역 세포인 T세포의 성장, 생존, 분화 등을 촉진하는 주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2(IL-2)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 표적항체다. 다케다는 IBI363이 초기 시험에서 여러 고형 종양 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DC인 IBI343은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위암과 췌장암 연구에서 임상적 활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약물들에 대해 다케다는 “다양한 고형암 환자들의 심각한 치료 격차를 해소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향후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상당히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슈는 중국 바이오 기업 한소제약과 최대 14억5000만 달러(약 2조877억 원) 규모로 ADC 기술이전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로슈는 이번 계약으로 한소제약이 개발 중인 카드헤린17(CDH17) 표적 ADC 후보물질 ‘HS-20110’에 대한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물질은 대장암 및 기타 고형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 중이며 현재 중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로슈는 앞서 지난해 1월에도 메디링크 테라퓨틱스와 ADC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올 초에는 이노벤트와 ADC 후보물질 ‘IBI3009’ 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5월에는 20억4000만 위안(약 40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상하이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설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생산기지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2031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글로벌 빅파마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자회사 카이트 파마는 중국 바이오기업 프리진(Pregene)과 최근 글로벌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기술이전과 공동 개발을 포함한 포괄적 라이선스 형태로 총 계약 규모는 16억4000만 달러(약 2조3612억 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적용범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종양학과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혁신이 시급히 필요한 기타 분야에서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중국기업간 파트너십 계약은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의학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빅파마와 중국 바이오기업 간 파트너십 계약 체결 건수는 총 61건이었다. 거래 규모는 총 485억 달러(약 69조8303억 원)로, 지난해 전체 계약 규모인 448억 달러(약 64조5030억 원)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체결 계약 중 10억 달러 이상 규모는 16건으로 거래 규모도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과의 ‘경쟁적 협력(co-opetition)’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 방향성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