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고 현실화…전문가 “추세 꺾이지 않았다”

최근 한 달간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렸던 금(金) 상장지수펀드(ETF)가 국제 금시세 급락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는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조정으로 해석하면서도 중장기 상승 전망은 유지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은 전 거래일 대비 5.73% 하락한 2만7740원에 마감했다. 이어 △TIGER KRX금현물 -5.32%(1만3250원) △KODEX 금액티브 -4.23%(1만2465원) △SOL 국제금 -4.04%(1만2580원) 등 금 ETF가 일제히 급락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금 ETF 시장은 뜨거웠다. 금 가격은 이달 초 온스당 439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국내 금 ETF 7종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20%를 돌파했다. 특히 ACE KRX금현물(29.0%), TIGER KRX금현물(28.9%)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고,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금 테마 과열'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늘 급락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제 금 가격이 1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여파다. 간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보다 5.7% 떨어진 온스당 410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한투자자산운용 ETF운용부 부장은 “최근 금 가격 급등으로 위험회피 수요가 정점을 찍은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협상 유화 발언 등이 나오며 안전자산 선호가 완화됐다”며 “단기 차익 실현 흐름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올해 초 대비 60% 넘게 오른 금 가격이 연중 최고치에 도달한 직후 조정에 들어갔다”며 “인도 금 시장 휴장에 따른 유동성 감소와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금 가격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가격 조정일 뿐 펀더멘털 훼손은 없다”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금 가격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 가격 예상 밴드를 온스당 3900~5000달러로 상향하며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천 팀장도 “10월 이후 미ㆍ중 전략자원 갈등, 중앙은행 금 매입 확대 등 구조적 수요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금 가격 상승 환경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국내 금 시장은 국제 시세 외에 ‘김치 프리미엄’ 변동까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며 “변동성 구간에서는 국제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상대적으로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