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모래 위에 성을 쌓나요

입력 2025-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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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사고 이후 업계 신뢰가 무너져 우리가 과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끼어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카드사 관계자가 낙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회와 금융당국에 '카드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겸업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를 전달할 참이었다. 신속한 결제 인프라와 데이터 경쟁력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터진 보안 사고로 다량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분위기가 냉각됐다. 국회와 정부의 입법 타임라인에 맞춰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었던 업계 차원의 논의 기구는 사실상 명분을 잃게 됐고,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핀테크나 정보기술(IT) 기업이 앞서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번지고 있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라고 했다. 신뢰를 잃은 기업이 외치는 '혁신'과 '새로움'은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호응할 고객도, 국민도 없다. 모래 위에 성을 올리는 격이다. "보안이 흔들리면 코인런(coin run)은 순식간"이라는 카드업계를 향한 날선 일침도 더는 과장이 아닌 듯하다. 예전 같으면 기우라 일축했겠지만 일부 카드사의 정보보호 예산·인력 역행이 수치로 확인된 지금, 누가 카드업계를 믿고 자신의 지갑을 맡기겠는가.

게다가 최근 카드업계는 '손쉬운 이자 장사에 치중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메시지와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이 줄자 다수의 카드사가 올 2분기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단기대출에서 발생한 이자·수수료 수입으로 실적을 메웠다. 문제는 이 과정에 연 18~20%대 최고금리 수준의 카드대출을 이용한 취약 차주들의 연체액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업황 침체와 높은 연체율을 등에 업은 카드업계가 아슬아슬한 곡예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여신전문금융사의 기능은 대체될 수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카드사 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섬뜩한 말이다. 참석자들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 원장은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원장의 말처럼 지금 카드업계에 필요한 건 침묵이 아니라 성찰이다. 신뢰 구축이라는 금융의 본질을 되찾는다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킬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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