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까지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
트럼프 '무궁화 대훈'장 수여 검토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미·한중·미중 간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 주목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은 APEC 기간 중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황이 급진전이 있다거나 (회담 성사)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북미 양쪽 모두 회담에 니즈가 있다는 점은 확인이 됐다”고 했다. 전날 CNN방송 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김 국무위원장과 회동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 보도한 가운데, 판문점 특별견학이 APEC 정상회의 주간(10월 27일~11월1일) 중단될 예정이다.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는 “판문점 출입 요청은 모두 안전 확보 및 원활한 조율을 위해 절차에 따라 처리 중”이라면서 사실관계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제안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북미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면서 “한미는 북미 대화를 포함,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원론을 되풀이했지만, 실제로는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한 외교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2019년 한북미 정상회담도 트럼프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전날 성사된 만큼 만반의 준비는 사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방한에 맞춰 내실 있는 방한이 될 수 있도록 일정 및 예우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 차원에서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11월 회동이 성사될 경우 6년 5개월 만의 네 번째 회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같은 해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특히 판문점 회동은 당시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번에도 판문점이 선택된다면 ‘외교 이벤트’ 이상의 상징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 일정이 1박 2일로 짧은 탓에 북미 회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CNN도 백악관 경호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계기 방한에 앞서 두 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판문점 지역을 답사하지는 않았다며 두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을 낮게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이 지금 미국을 만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러시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을 만나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선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