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매수 복귀ㆍ반도체 회복ㆍ정책 모멘텀이 상승 견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 38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새 역사를 썼다.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와 수출 반등 흐름이 맞물린 데다 미·중 무역 긴장 완화와 한미 관세 협상 진전 기대가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면서 상승 탄력이 붙었다. 증권가는 이번 랠리가 단기 반등이 아니라 기업 이익 회복을 동반한 구조적 상승 사이클로 진입한 흐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 업종의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서 연말 코스피 4000선 돌파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80포인트(pㆍ1.76%) 오른 3814.6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800선을 넘어선 뒤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수는 지난달 말 3430선을 회복한 뒤 이달 2일 3500선을 넘어섰고, 10일 3600선, 16일 37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3500선 회복 이후 불과 13거래일 만에 3800선까지 도달했다. 코스닥 지수도 1.89% 상승하면 875.77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번 랠리는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재확인하며 “대중 100%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관세 리스크 완화 기대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한미 관세 협상단을 이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점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수급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642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2509억 원, 개인은 4083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차익 실현성 매물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ㆍ자동차ㆍ금융ㆍ조선ㆍ방산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4.30% 급등하며 지수를 견인했고, 삼성전자(0.20%)ㆍ삼성바이오로직스(1.61%)ㆍ현대차(2.06%)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07억 원, 688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확산됐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미ㆍ중 무역 긴장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진정됐다”며 “특히 최근 상승이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자동차·조선·방산 등 실적 기반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이미 추세적 상승 국면에 진입했으며 연말 4000선 돌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역은행 불안과 신용경색 우려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황 회복 속에서 실적 상향 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레벨업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반등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이는 한국 기업의 이익 체력 회복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 반등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고,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계속되는 한 반도체 실적 상향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기 과열 우려는 수급 속도 조절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연말 코스피는 3600~4050선에서 등락할 전망이며, 실적 모멘텀 유지 시 4000선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