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차입금 2조 넘게 증가한 탓
신평사 "경영권 분쟁 지속 모니터링"

지난해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던 고려아연이 올해 두 번째로 공모채를 발행한다. 올해 4월 발행했을 때는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증액 발행에 성공했지만, 신용등급이 하향되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500억 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트렌치별로 3년물 1500억 원, 5년물 2000억 원이다. 이달 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흥행 여부에 따라 최대 7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하나증권이 맡았다. 인수단에는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올해 중순 중국은행, BNP파리바은행 등으로부터 연 4.79~4.89%의 금리로 빌린 3662억 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올 4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회사채를 발행해 7000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4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수요예측에 1조 원 이상의 투자 수요가 몰려 증액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조달한 금액도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에 맞서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위해 메리츠금융으로부터 연 이자 6.5%로 1조 원을 차입한 바 있다.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면서 이자율을 3.124%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올 4월까지만 해도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사채 발행에 앞서 받은 평가에서 'AA0(안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은 차입금 증가다. 고려아연의 올 6월 말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3조3723억 원, 장기차입금은 9149억 원, 유동성장기차입금 48억 원으로 단순 장·단기차입금은 총 4조2921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기준 고려아연의 장·단기차입금은 총 1조3168억 원이다. 1년 사이 2조 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영풍·MBK의 경영권 공세를 막기 위해 진행한 공개매수 탓이다.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시장에 풀려 있던 자사주 233만1302주를 주당 89만 원에 매입했다. 총 2조749억 원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으로부터 약 1조5000억 원을 차입했다. 당시 지분 매집이 급했던 고려아연은 연 이자 5.7%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인 단기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고려아연은 현금창출력에 기반을 둔 잉여현금 누적을 통해 장기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였으나,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증가, 신사업 관련 설비투자(CAPEX) 및 지분 투자,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따른 배당금 지급 증가 등으로 자금 소요가 증가하면서 2020년 이후 점진적인 재무부담 확대 추세가 나타났다"며 "특히, 경영권 분쟁 관련 자사주 취득 등 대규모 자금 소요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차입 규모가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됐다"고 짚었다.
이어 "경영권 분쟁 및 법정 공방의 진행 경과에 따라 신사업 투자 및 주주환원 정책 관련 의사결정과 재무구조 등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진행 상황 및 동사에 미치는 사업·재무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