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관세 완화·투자 패키지 협상’ 본격화 전망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마러라고 회동’을 마치고 잇따라 현장 행보에 돌입했다. 관세와 같은 민감한 통상 이슈 대신,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조선·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최한 한·일·대만 기업 리더 초청 골프 행사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 회장, 프로골퍼 게리 플레이어·브라이슨 디섐보와 한 조를 이뤘고, 한국 총수들은 각각 미국 정부 인사·프로골퍼와 함께 다른 조에서 라운딩을 진행했다. 경기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면담을 통해 현지 투자 현황과 향후 협력 방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은 출국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라운딩은 없더라도 경기 후 대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번 행사는 ‘투자외교’의 일환으로, 신뢰를 다지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내 투자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조선·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은 관세와 관련한 구체적 요구를 하지 않고, 대신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에서의 지속적인 현지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골프 행사에는 총 12개 조(4인 1조)가 참여했으며, 오전 라운딩부터 만찬까지 약 8시간 동안 이어졌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현직 미 대통령과 한자리에서 교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고, 모두가 합심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다.
행사 후 총수들은 곧바로 각자의 일정으로 복귀했다. 20일 새벽 귀국한 이재용 회장은 같은 날 오후 용인 삼성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다. 최태원 회장 역시 이날 귀국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오는 31일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 돌입한다. 구광모 회장도 이날 전용기를 통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현지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HMGMA) 현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점검했고, 김동관 부회장은 폴란드로 이동해 방산 협력 확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번 회동은 관세 완화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의 ‘예열전’ 성격이 강하다”며 “기업들은 통상 이슈보다 실질적 투자와 신뢰 구축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