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대체제로 QLC 기술 급부상
공급 제약 속 낸드 가격 상승세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 저장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반 저장 체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중심으로 ‘QLC eSSD(기업용 SSD)’ 전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쿼드레벨셀(QLC) 기반 SSD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AI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낸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19일 업계에서는 QLC 기술 기반 제품 수요 급증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샌디스크가 10% 가격 인상을 발표했고 마이크론은 가격과 용량 문제로 가격 발표를 중단했다”며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4분기에는 평균 5~1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 시장이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반도체가 연산 중심이라면, eSSD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HDD를 대체할 저장 장치로 QLC eSSD가 부상하면서 낸드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김윤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구조와 읽기 중심 성능을 감안하면 QLC eSSD가 대용량 비정형 데이터 저장 용도에 HDD보다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쌓이는 대규모 데이터는 실시간 접근보다는 주기적 활용이 많기 때문에, QLC eSSD가 HDD보다 안정적이고 전력 효율이 높다는 평가다.
또한 김 연구원은 “구글·메타·엔비디아 등이 AI 컴퓨팅을 뒷받침할 스토리지 아키텍처 혁신을 이끌며 QLC eSSD로의 전환이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업체들이 스토리지 시스템을 재구성하며 QLC eSSD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낸드 수요가 PC·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시장에서 기업용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낸드 증설은 D램보다 보수적인 편이다. 낸드는 재고조정이 어렵고, 한 번 증설하면 감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낸드 공급업체들은 수요가 늘어나도 신규 생산능력(캐파)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세대 전환과 제품 인증 절차가 길어 비트(생산량 단위) 출하 속도도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3분기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6%, 4분기에는 2~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 재고가 적정 수준 이하로 줄어든 데다, 북미 지역 AI 및 서버 수요 증가로 내년 공급 부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4분기 가격 상승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QLC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에서 인수한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QLC 기반 고용량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용량·저비용 특성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공정 안정성을 강점으로 낸드 가격 상승 구간에서 점유율 확대 여력이 크다. 동시에 차세대 공정 전환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병행하며, AI 스토리지 시장 성장세에 대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