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분이 불분명한 액상 니코틴을 담배로 보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A 주식회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사는 2018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 용액을 수입했다. 세관 신고 당시 "연초 잎이 아닌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므로 담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서울세관은 이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판단,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가산세를 부과하고, 복지부에 부담금 부과 누락 사실을 통보했다. 복지부는 2021년 12월 A 사에 부담금 약 5억 1000만 원을 부과했다.
A 사는 부담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수입한 니코틴 원액은 대줄기에서 추출한 것이므로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히 말레이시아산 제품은 제조사를 알 수 없고, 연초 잎 사용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우선 중국산 니코틴에 대해선 담배로 인정했다. 중국 제조사 B 사의 자료, 중국 정부의 회신, 백과사전 정의 등을 종합해 연초 잎을 원료로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제조사인 B 사는 니코틴 생산·연구개발을 주요 업무로 하는데, 연초의 대줄기에서만 니코틴을 추출했다면 대줄기 매입 내역이 있어야 하지만 자료에는 '폐기연경'을 매입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대줄기 매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연경'을 연초 잎맥 부분으로 해석, 잎의 일부라고 봤다. 재판부는 "중국 백과사전에서도 연경을 '연초 잎의 두껍고 단단한 엽맥으로, 잎 무게의 약 25~30%를 차지한다'고 정의하고 있어 폐기연경은 연초의 잎맥 부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말레이시아산 니코틴에 대해서는 과세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세관이 제조사 확인을 요구하자 원고는 제조사를 '미상'으로 제출했다가, 이후 불이익을 우려해 임의로 B 사로 기재했다"며 "말레이시아 거래처가 실제로 B 사로부터 니코틴을 구매했다는 증빙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말레이시아산 니코틴이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담배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국산 니코틴에 부과된 부담금 약 3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위법하다"며 A 사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